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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여우들

로뿌호프 2006.04.18 10:43

홍상수 감독은 언제라도 기대를 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시작된 그의 작품은 2년의 간격을 두고 우리들의 허위와 소외된 삶을 발칙하게 때론 재기발랄하게 그려냈다. 그러던 것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 1년의 간격을 두고 '극장전'과 올해는 '해변의 여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에서도 그의 시니컬한 감수성은 맛볼 수 있었지만, 영화 제작의 기간이 짧아진 만큼 조금은 초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본다. 최근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마치 교향곡을 동시에 작곡하던 모짜르트의 창조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데자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요즘 생각에 아마  '오 수정' 이후 모든 작품들이 '강원도의 힘'의 데자뷰 효과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백종학과 오윤홍이라는 당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과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며 현실과 삶에 대해 자조하게 되었던 그 영화 말이다. - 조금 오버를 하자면 실로 대단한 영화였고, 내내 마음은 있었지만 감히 영화평을 쓰지도 못할 정도다.

그의 데뷔작 부터 그와 함께 한 여배우를 보자면

조은숙, 이응경, 오윤홍, 이은주, 추상미, 예지원, 성현아, 엄지원..

이번에 함께할 배우는 송선미 그리고 고현정이다.

위의 배우들을 보면 오윤홍이야 '강원도의 힘'에서 지숙이란 역할로 영화에 워낙 묻혀졌지만 그 외 배우들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인지도 있는 사람들이다. 홍상수 감독은 탈고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시놉과 트리트먼트 정도로 영화를 시작하기로 유명한데, 이를 유추해보자면 철저히 인간 위주의 관계 다시 말하면 그 배우의 연기와 인간 자체로서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영화 속에서의 관계 지향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성있는 작업 속에서 홍상수의 영화에 녹아져서 평소의 이미지와 다르게 다가온 배우는 고작 이은주 정도랄까? 그런데 이번에는 고현정이란다. 따라서 그닥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인터뷰 기사를 미루어 생각해보는 캐스팅의 성립은 고현정의 관점에서는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브랜드, 홍감독의 경우에는 안정성과 자신의 말대로 느낌좋은 여배우와의 계약이랄까..

여튼 고현정이 홍상수 감독의 여인이 되어 얼마나 재탄생될지를 전혀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현정의 어떤 느낌에 주목했는지 궁금하고 또 알 수 없다. 내 생각엔 고현정의 여러 느낌중에 크게 와닿는 것 중 하나는 가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터뷰를 본 느낌엔 고현정의 그런 가식을 주목하고 활용하고 싶다는 내용은 있지 않았다.

작가와 감독과 배우는 영화로 말한다. 여러가지로 우려가 있지만 아무튼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란 새 작품에 대한 기대를 아직은 버릴 순 없다.

[프레시안] 고현정, 홍상수와 손잡고 '스크린 정복'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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