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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말할 수 없는 비밀 (不能說的秘密: Secret, 2007)

로뿌호프 2008.12.14 20:19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영화를 좋게 보고난 후라도 선뜻 글이 써지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던가, 감동이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운이나 상념이 남기엔 너무나도 기대한 대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상당히 낭만적인이다. 시간여행이라는 환타지가 가미되어있긴 하지만 중심 내용은 어디까지나 젊은이들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감정을 돌이켜보라. 그것이 호르몬의 작용이던 뭐던 세상은 그때 나를 중심으로 돌고, 또 이 세상은 나와 그사람밖에 없진 않던가. 이런 사랑의 감정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작가, 감독 그리고 주연을 맡은 주걸륜 역시도  이러한 점에서 동화같고 환상적인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음악이야 말로 사랑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매개라고 가정하고, 10대 사춘기 소년소녀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녹음이 우거진 교정, 바다가 보이는 해안, 그 길에서 자전거에 연인을 태우고 함께 달린다. 그리고 석양 뉘엿뉘엿 지고 있는 옥상에서 수줍은 키스를 나눌 수 있는 풍경과 교차시킨다.

그럼 이들에게 닥칠 시련은 무엇으로 할까? 입시 경쟁, 사회의 부조리, 학교의 억압, 부모와의 갈등 등등이 대표적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너무나 공공연해서 비밀이라고 하기 조차 민망하다. 이보단 영화라는 장치 속에서 음악을 매개체로 하는 시간여행을 대입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또 이러한 구조속에서 이 순수하고 맑은 어린 연인들의 사랑의 모습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동화적인 상상 속에서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주걸륜은 꽤나 행복했을 것 같다. 어쩌면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오래된 음악당이 무너져 내려가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사랑이며, 앞서 말한 어린 시절의 마치 잔잔한 호수에 작은 낙엽에 떨어지는 순간 마치 유리잔을 받침에 놓을 때처럼 맑고 발랄한 소리가 날 것 같은 마음 속 첫사랑의 설레임과 호기심 그리고 신비함이 잘 살아있다. 그 외의 시간여행, 여자주인공의 죽음 등은 이런 감정을 배가시키는 역할에 지나지 않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영화 속에선 여러가지 규칙들이 있다. 마치 아다치미쯔루의 청춘만화와 같은 10대들의 설레이는 사랑과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같은 마치 준비한 듯한 반전의 감동적인 이유를 설명 같은 것들이 한데 모여있는 듯하다.

'비밀'이라는 피아노 곡을 치면 미래나 과거로 갈 수 있다.
바뀐 시간 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만이 자신을 볼 수 있다.
피아노는 파괴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런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주인공 샤오위가 20년의 미래에 살고 있는 상륜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렇듯 상대방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닌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될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샤오위는 마치 이러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처럼 그리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처럼 젊은이 특유의 열정으로 자신의 호감, 질투, 오해를 표현한다.

영화는 기성세대들, 혹은 청소년세대 자신 마저도 사회에서 용인되는 일정한 틀안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강박에 대해 꼬집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고 제자에게 따뜻했던 주인공의 아버지는 아들인 상륜에게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고, 또한 '음악'을 통해서 잡념을 없앨 수 있고 집중을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가르친다.그러나 아들은 평범하게 살지도 못하고 음악을 통해서 오히려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만나게 되는 운명이 자기 자식에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끝에서야 눈치채게 된다.

결국엔 이러한 사랑과 신뢰 그리고 용기가 고교 교정에서 아름답게 그려진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일 수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게 아름답거나 가슴 설레이는 일일 수 만은 아니다. 대입해보자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이나, 20년 후의 미래의 사상, 혹은 100년 전 과거의 사상가를 사랑한다고 해보자. 우리 주위에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람이 살아가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사랑을 하게 될 때, 비밀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이 비밀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 자신이야 말로 비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에서 벌어지는 비밀들은 소위 불륜이나 변태같은 소재로 영화나 아침드라마 속에서 널리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화면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르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다. 그게 작가 전지적 시점을 즐기는 관객들의 즐거움이나 한순간의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은 물론 관객들에게 마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관객들의 관점은 주인공 남자처럼 여자주인공에 대해 신비로워하고, 설레기도하고,  궁금해하는 동조를 일으키게 되고 만다. 그리고나서 비밀이 밝혀졌을 때 아마 피아노 선율을 폭풍이 몰아치듯 두들기던 주인공처럼 그런 벅찬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외로우니깐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롭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처지때문에 남의 인생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온전히 사랑의 감정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긍정을 하고 호감을 갖는 감정이라고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한번 샤오위의 사랑은 가상한 용기이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송두리째 걸고 미래의 사랑하는 소년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때 샤오위는 자신의 절박함을 강요하지 않는다.

차근차근히, 당당하게 그리고 사랑으로만 소년을 대한다. 이러한 얼음같은 용기는 철없는 소녀의 것이라기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이며 더구나 자신의 감정 역시도 자신의 틀 안에 갇히게 하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나는 이 같은 완전한 인격체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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