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이적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공선옥 지음 본문

독후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공선옥 지음

로뿌호프 2009.08.25 22:44
작가 공선옥은 세상 사람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이 말의 의미는 공선옥은 삶의 지혜를 책에서 얻는다는 이른바 식자들의 말을 불신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그가 얻은 대부분의 지혜는 대개 그 자신의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한 경험이야 말로 주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선옥의 이 책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역시도 광주에서 자라 사춘기때 80년 광주를 겪은 스무살적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른바 거창한 이론이나 역사적 관점에서 논하는 광주가 아니라, 어린시절 광주를 살았던 소설속 스무살들이 경험한 아픔을 통해 소박하고도 생생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주고 있는 것이다.

경험된 것은 아는 것과 다르다. 물론 경험이 모든 판단 기준의 척도요, 진리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로빈슨 크로소가 바라보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선사시대 돌도끼를 바라보는 관점은 직접 돌을 깎어 도끼를 만들고 튼튼한 줄을 나무에 휘감아 실제로 짐승을 사냥했던 사람의 관점인 이상 그 느낌과 추억이 그냥 여느 사람들이 지나치는 보는 박제와 같은 돌도끼와는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는 것과 같다.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지난 80년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단순한 회고담이나 광주의 잊혀짐에 대한 경종이나 회상이라기 보다는 그때의 스무살들이 왜 착하고 예쁘고 또 아파했던 그 소박한 측은지심에 대한 헌사는 아니었을까.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광주는 그  '돌도끼'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80년 광주에 대한 향수라기 보다는 그 시절 '청춘'에 대한 반추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학살의 그 시절 청춘에겐 단순히 불행했던 사건과 강압적인 군부독재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같이 아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들이 아프고 죽어나가고 불행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예뻤을 때 조차도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착한마음 말이다.

그것이야 말로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필요한 정서고 사회를 풍요롭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공선옥은 이 책<내가 가장 예뻣을 때>를 통해  80년 광주에서 자라고 87년 스무살이었던 청춘들에게 수줍은 인사를 보낸다고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바쳐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모두가 떠나가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없는 일이 있으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 처럼 어질어질 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아주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블란서의 루오 할아버지같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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