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이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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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달려라 자전거 (2008)

로뿌호프 2009.10.05 01:13
 청춘영화다. 보통의 청춘영화는 가볍다. 우리나라 영화 역시 청춘을 담은 카메라에도 젊으니깐 미숙해도 치기어려도 심지어 음흉하다고 해도 갓잡아올린 선상의 생선처럼 비려도 싱싱한 빛을 스크린에 쏘아댄다.

그게 아니라면, 청춘은 심각하다. 소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이를 극단화 시켜 여고에선 귀신들이 난무하게도 만든다.

한효주가 나오는 청춘영화 <달려라, 자전거>는 묘한 경계를 그린다. 스트레이트 매직에 밝은 갈색 머리로 염색을 한 대학 새내기는 개강하는 즈음 3월의 엷은 햇살에 플레어스커트를 곱게 입고 있어도, 아니면 편안해 보이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해도 마음 속엔 고민이 많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희망을 꿈꾸지만 그들의 일상은 좀 더 험란하다. 그럼에도 청춘은 달리는 자전거처럼 넘어저도 일어서는 그런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선 희망과 꿈이 어떻게 발현될까. 결말을 보면 조금 맥이 빠질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이 시대의 단면인거 같아 허탈하면서도 고개가 절레절레 돌릴 수 없는 묘한  수긍을  이끌어낸다.

대학에 입학하는 하정은 학교근처로 이사를 오는 첫날, 길을 물어보다 길가에서 수욱과 첫만남을 가진다. 하정은 등단한 소설가이었지만 생활고에 글을 쓰다가 알콜중독에 빠져 결국 죽음을 맞이한 엄마와  그런 엄마때문에 가출해버린 큰 오빠, 또 무능력하고 자식들에게도 그다지 애정이 없는 아버지, 형과 아버지 사이에서 반항심과 커져버린 남동생이 있다.

한편 수욱은 사랑했던 여자친구와 차안에서 운전중 사소한 말다툼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나서, 여자친구가 거의 식물인간이 상태가 되어버린다. 자책감과 책임감으로 여자친구를 매일 병원에서 돌보고 있다.

이 둘, 어떤 면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둘이지만 그들은 꿈을 꾸기를 멈추진 않는다. 사실 청춘이란 것도 젊다는 것도 얼핏 보기엔 아름답지만 마치 박물관의 박제처럼 어느 시대나 어느 집단이나 깊이 들여다보면 모순과 고민의 덩어리들이다.

이 영화 나오는 적당한 조도에 먼지와 섞인 오래된 책의 냄새가 연상되는 헌책방, 대학생활이 시작되는 새내기의 첫강의실 풍경,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 등은 가히 우리들의 젊은날 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하정과 수욱이 만나고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의 답답하고 딱한 사정을 알아가는 과정은 지루할만큼이나 현설적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가는 장소는 전혀 생뚱맞은 경마장이다. 마치 자신들의 처지와도 같은 성적이 나쁜 만년 하위권인 경주마에게 자신들의 형편처럼 소소한 돈을 건다. 수백배의 배당을 탈 수는 있겠지만, 그들에게 필요한건 단순한 당첨금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말미에 결국 거액의 당첨금을 받아서 세계 여행을 떠나버린 하정을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철없는 어린 녀석이라고 비난할 수가 없다. 결국 꿈을 이룬다는 것이 도박 덕분이었냐는 황당함보다는 정확히는 도박을 담보로밖에 할 수 없는 지경인가 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소외와 절망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에 대한 공감이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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