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이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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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낙서

성대 결절

로뿌호프 2011.06.14 12:31
지난 99년 겨울 
동네의 종합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콧속에 집어 넣으는 
내시경을 찍으며, 마치 랩터와 같은 '아..' 소리를 
내고 있는 내게 의사는 말했다. 비웃는 듯한 표정을 하며. 
"자네가 가수요?" 

병명은 '성대결절' 
이게 뭐냐면, 성대에 혹이 생겨 성대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목소리가 잘 안나오고, 게다가 이 혹은 티눈과 
같은 것이라서 오랜동안 고음이나 고성을 낼 수가 
없게되는 병이다. 

병이 생기는 원인은 목을 혹사시킨 결과이다. 
그래서 주로 가수가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위장이 안좋아 위산이 식도를 타고 
역행하는 중에 목을 심하게 사용해 산때문에 약해진 
성대에 무리가 간것이라고 한다. 

결론은 역시나 '노래방' 때문이다. 

대학시절 남들은 공강 시간에 당구니, 탁구니, 
커피숍이니 하는 곳에서 시간을 때울 때 
동기 성헌과 나는 주로 볕좋은 캠퍼스에서 
양말을 벗어 던지고 발을 말리거나 
혹은 노래방을 갔다. 

한때 성헌과 나는 무려 4시간동안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으니 좀 대단했던 것 같긴 하다. 
심지어 마이크 시설이 나쁜데를 가면 노래방 2차를 
가기까지 했으니.. 
(성헌이의 노래방 에피소드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 얘기는 다음번으로 미루기로 하고) 
가증스런 미성(?)을 자랑하던 나는 
지금 돌이켜 보면 노래방을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 

주로 발라드를 즐겨 불렀던 나는 어느새인가 
좀 더 강한 락으로 선회하는가 싶더니, 
결국 나를 성대결절로 이끈 노래 '필승', '말달리자' 
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로 상당히 좋아 기분이 업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두노래를 불러 제꼈는데, 
어느날 목소리가 적당히 걸걸해지더니, 더 노래를 부르기 
좋게 되었다. 그래서 신나서 계속 불러 대다가, 
쉰 목소리가 한달이 넘어도 다시 돌아오질 않았고 
결국 환자가 되어 버렸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서운함도 있고, 
(사실 고음이 안되는 내게 고음처리는 같잖은 가성 
뿐일 때 비애감마저 느낀다.) 
큰 목소리를 못내니 풀이 약간 죽는 느낌도 든다. 

90년대, 내 청춘에 있어 '노래방'은 분명 추억이며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어설픈 댄스와 열창 중 현기증으로 쓰러질 뻔한 성헌. 
-맛깔스런 랩과 고급스런 취향의 만능엔터테이너 병주형. 
-오직 김종서의 '대답없는 너'만 부르고 일체 노래를 안부르는 한석이형. 
-학예회때나 보던 상기된 표정을 하고 1절이 끝나면 스스로 끊는 영진이. 
-코러스의 황제 익호. 
-노래방에서 몸바쳐 온갖 생쇼(?)는 다 보여주는 유신이. 
-노래 부르다 질질 짜기도 하는 성수. 

이런저런 기억속의 친구들,사람들의 생각만으로도 
분명 하나하나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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