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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프로스트 vs 닉슨 ( Frost/Nixon, 2008)

로뿌호프 2009. 7. 26. 21:31
TV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우리는 흔히 인터뷰를 보거나 읽게 된다. 다른 기사들 보다 특히나 인터뷰가 주는 매력은 그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터뷰가 그렇듯이 인터뷰를 하는 사람은 대중들이 모두 알만한 유명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끌게 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터뷰이는 다름아닌 닉슨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기간 중 사임한 대통령이다. 게다가 당시 사임을 하면서도 워터게이트에 대한 어떤 반성도 또 공식적인 사과도 없이 후임 대통령인 포드에게 사면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와 관심은 더욱 더 컸다.

이 인터뷰를 보면서 왠지 <박중훈 쇼>가 떠올랐다. 박중훈 쇼는 다른 토크쇼에선 보기 힘들었던 유명한 스타들이 잇달아 나와 화제가 되었지만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결국 몇달안되어 폐지가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차피 짜고치는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만큼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인터뷰이에게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중훈 쇼는 올림픽처럼 마치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 마냥 스타들을 화면에 앉히기만 했을 뿐, 시청자들이 정말로 궁금해했던 솔직한 질문과 답변이 없었다. 그저 연예인을 격려하기 바쁜 연예가 중계정도의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 영화의 인터뷰 진행자는 프로스트란 사람이다. 그러나 프로스트는 닉슨과 versus를 붙일 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는 호주와 영국을 오가며 재미위주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닉슨의 사임연설의 시청률을 보고 즉흥적이고 다분히 상업적인 시각으로 닉슨과의 인터뷰를 구상하기에 이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는 닉슨정권과 워터게이트에 대해 닉슨과 대결하는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닉슨은 프로스트와의 대담을 승낙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영화의 제목에서 기대했던 진행자와 인터뷰이의 첨예한 두뇌싸움이나 청문회와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닉슨이 단독주연일 뿐이다. 고집스럽고, 철저하게 반공, 보수적이고 마초이며 게다가 인종차별적인 늬앙스마저 풍기는 것이 영화 초반에 엿보이는 것이 닉슨이다. 게다가 돈을 밝히고 자신의 범죄마저도 확신에 가득찬 생각으로 아직도 자신이 대통령인양 행동한다.

이런 닉슨이 인터뷰에 응하게 되고, 협상을 하고 4번의 인터뷰를 거치는 과정에서 권력자의 면모와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하는 일은 범죄라도 범죄가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 하나로 이 프로스트의 인터뷰는 소위 대박을 쳤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스트가 한 역할은 미비하다.

다만 TV에 비치는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것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이용할 줄 아는 노회한 닉슨이 결국 자기 연민으로 인해 속내를 드러내는 과정이야 말로 압권이었다. 그러나 이 연민은 카메라의 렌즈에도 묻어난다.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붕괴했다고 인터뷰에 밝혔던 닉슨은 이 시스템의 붕괴 때문에 국민이 백악관을 믿지 못하는 선례를 남긴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메라는 오히려 자의던 타의던 닉슨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는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정치인보다 냉철하지 못했던 닉슨이야말로, 원래의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하에 권력자의 사고방식과 행태를 솔직하게 드러낸 최초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람보>를 통해서 미국의 베트남전의 상처의 치유는 커녕 오히려 그릇된 영화적 돌파구를 시도한 것처럼 이 영화를 통해서 닉슨을 떠올리며 다시금 분노 하거나 혹은 조금쯤 연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은 노선 - 그것이 세계의 경찰이던, 패권이던 - 에 진행단게에서 닉슨은 그저 필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초점을 맞춰가는 것은 본질과는 다른 문제다. 마치 인터뷰 와중에서 자신의 잘한 치적을 억울해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가 스스로 혼돈에 빠져버린 닉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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