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이적다]

2020년, 구글 픽셀3을 사다 본문

소소한 낙서

2020년, 구글 픽셀3을 사다

로뿌호프 2020. 2. 21. 14:18

내 소비 행태가 주로 스노비즘이다. 사는 태도가 여지껏 속했던 집단서도 주류에 따라가진 않았듯이 물건을 사는 방식도 마찬가지 일테지만 말이다. 요즘 소비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은 스마트폰이다. 최근 갤럭시 s20처럼 신제품이 나오면 인터넷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온통 화제가 되는 세태에서 2년이나 지난 그것도 중고로 픽셀3 폰을 샀다. 소비에 있어 나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켜주는 전화기로 손색이 없는 바로 '픽셀폰'이다. 사실 2009년 부터 쓰기 시작한 아이폰을 포기하고 안드로이드로 바꿀 줄은 몰랐다. 내적으론 거의 20년 넘게 피던 담배를 끊은 것과 같은 정도의 변화다.

경로는 이러했다. 4살 아들이 내 아이폰7을 몇 번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며칠 지난후 보니 강화유리 아래도 하얀 배경에서 미세한 금들이 보였다. 그냥 쓸까 했는데 아기가 몇 번 더 던지고 떨어뜨리니 마치 액정 위에 난을 친 것처럼 엄청나게 금이 많아 졌다. 동네 수리점에서 액정만 갈까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이참에 최신 아이폰으로 바꾸라고 했다. 때 마침 명절에 어머니께 스마트폰을 바꿔드릴 예정이었고 기존에 쓰시던 샤오미 Mi A1이 생각났다. 샤오미에서 나온 이 폰은 '안드로이드원'이라 불리는 구글의 순정 안드로이드OS가 탑재되어 있다 .새아이폰 사는 것이 급한 일은 아니어서 이참에 며칠 체험삼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1~2주 써보니 비주류 습성에 점점 흥미가 더해졌다.

안드로이드원은 가벼웠다. 체감상으론 기존 아이폰7보다 빠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이폰보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방식, 예를들면 알림창의 구성, 앱서랍의 효용, 아주 심플한 설정, 하다못해 앱에 알림 숫자를 알려주는 배지조차 없는 데 이것조차 생경하고 재미있단 느낌이 들었다. 특히 타안드로이드와 달리 통화녹음이 안된다든가 보다 강화된 보안시스템이 있다든가 특히 최신 패치와 OS판올림을 보증한다는 점이 순수 안드로이드의 장점이다. 다만 연식이 있고 단말기 볼륨 버튼이 조금 불량했다. 특히 카메라의 초점도, 셔텨도 느려서 이번에 나올 Mi A4를 사기로 결심을 했다. 

그랬다가 구글 안드로이드원의 정수인 픽셀폰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약간 관심은 있었지만 높은 가격대임에도 직구로 사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특히나 아이폰이 아니라서 실제로 살 생각은 전혀 없었던 폰이었지만 기왕 쓸 거 안드로이드원의 본좌, 밀본인 이 폰을 중고로라도 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히 우연히 유튜브에서 아마존 리뉴드 픽셀폰을 알게 되어 이걸로 사는 것 역시 스노비즘 소비에 있어 더 신나게 불을 부쳤다. 275불에 한국까지 배송비 7불, 이 오솔길 같은 루트로 결제를 했다. 참고로 디지털 기기라 관세는 없고 부가세가 붙었다.

국내 출시되지 않은 전화기라 전파인증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개인이 한 대정도는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원칙적으론 중고 거래도 할 수 없다. 그래서 구글에서 국내 volte 통화도 적용해 놓지 않았다. 그래서 구매하고 나서 배송 기간에 열심히 패치하는 법을 배웠는데 막상 받고나서 전화해보니 괜찮았다. (참고로 SKT) 평소에 전화할 일도 많지 않아 패치 없이 그냥 쓰기로 정했다. 

일주일 정도 써보니 이것이 픽셀3의 고유기능인지 요즘 안드로이드 하드웨어의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폰7까지 써본 입장에선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OLED는 고급스런 화질도 화질이지만 작은 글자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노안이 있어서 글자를 키우기 전엔 읽기가 힘들었던 아이폰7과 달리 기본 크기에서 글자가 다 보인다. 말하자면 눈이 뜨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카메라, 비록 당돌하게 렌즈는 하나지만 구글AI가 보증하는 화질, 셀카봉을 버리게 하는 전면부 렌즈 기술 그야말로 카메라는 독보적이다. 거기에 2022년까지 구글포토에 용량제한없이 사진을 올릴 수 있는 혜택도 준다. 그리고 사용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손 아래에서 모든 움직임, 누군가는 버터바른 듯한 스크롤링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이 외에도 세세한 부분의 차이가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정리하자면, 픽셀폰은 갤럭시와 삼성 LG 그리고 아이폰이 주류인 우리나라에서 희소성있는 제품이다. 게다가 사이즈도 5.5인치로 작다. 안드로이드원이란 순정 OS를 사용한다. 아마존 리퍼 프로그렘인 리뉴드로 비교적 새거 같은 중고를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정식발매가 되지 않아 직구로만 살 수 있고 전파인증이 되지 않아 1대 한정으로 개인소유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외하고 주변에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아는 사람 조차 드물다. 그러니 스노비즘 소비에 있어 모든 것을 소구하는 물건부터 사는 방식까지 아주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뜯자마자 충전 돌입

0 Comments
댓글쓰기 폼